마음의 눈으로 치료하기
류*성
"선생님 지금 눈이 피곤하신가요? 요즘 컴퓨터, 스마트폰 보느라 눈이 많이 혹사당할텐데 문서작업 쉬어가며 하세요."
"아니, 저 눈이 충혈된 거 어떻게 아셨어요? 초능력 있으신 거 아니에요?
"선생님 요즘 고민거리가 있으신 것 같네요."
"네, 맞아요. 선생님 정말 용하십니다~ 독심술을 익히셨나봐요~"
정안인 지인은 내게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자신보다 훨씬 잘 보는 것 같다며 나를 마음이 눈이 발달한 사람이라고 했다. 시각은 강렬한 자극을 주는 감각이기 때문 에 학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에 그만큼 사람들의 생각을 시각적 이미지 안에 가두기 쉽다. 즉, 보이는 것만 보는 편견이 생기기 쉽다.
사람들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할 때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는 것은 그만큼 생각을 확장시키고 고정된 사상에서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복잡하고 불안감이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이게는 더욱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후 27년 이상 학생들에게 안마, 침구학 등 이료 수기요법을 가르치면서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에 대한 치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여 심층적인 마음에 대한 공부를 전문적으로 했다. 더 나아가 어려움을 딛고 시각장애인 최초로 대체의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불편히 불편하고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마음의 눈으로 사람들을 이해하며 불편한 곳을 치료해주는 전문가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실체를 정확히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흔히 사람들은 기(氣)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체를 구성하는 일종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기(
氣)의 흐름은 눈 뿐만 아니라 전자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마음을 읽거나 기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나의 장점은 마음의 눈으로 사람 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래서 완전한 치료인 육체 및 정신 치료에 도달하고자 마음 수련을 하고 있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한나라 시대에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사주나 점을 보게 하였다. 꼭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찾아온 사람의 행색이나 얼굴 표정에서 어느 정도의 빈부나 귀천, 근심 정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은 외모를 가지고 파악을 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그것이 어려워서 진맥과 같은 촉각과 음성을 이용한 청각적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나의 경우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위의 방법 이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심리적 방법을 추가하여 사용한다.
여기에서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두가지 정도의 질문을 하는데 첫번째는 길을 가다가 멀리 길바닥에 떨어져 반짝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둘째는 배낭 여행을 가서 길을 걷고 있는데 반대편 길에서 어떤 동물이 바라고보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첫번째의 해석은 낙관주의, 비관주의 테스트이다. 보석을 이야기하면 매우 낙관적, 동전을 이야기하면 조금 낙관적이고 유리 조각이나 깨진 거울을 이야기하면 매우 비관적, 병뚜껑 등을 이야기하면 조금 비관적이다.
두번째 해석은 성격 테스트로 동물에 따라서 다르다. 예를 들면 강아지는 귀엽고 충실하며 고양이는 혼자 놀기를 좋아하고 깔끔한 성향이나 건드리면 할퀴는 습성이 있다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는데 인기가 있는 사주나 점은 과거나 미래의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심리테스트는 현재 상황을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 물론 심리학은 통계학에 기반을 두고 있어 어떤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하더라도 100%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물의 인지를 자기 자신에 맞게 해석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를 보고 애완견으로 기르는 사람은 기여워할 것이고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은 군침을 흘릴 것이며 안내견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한가지 사물을 제각기 달리 본다. 그래서 주변 환경이나 그 사람의 마음의 눈에 맞는 안경을 마음 상태에 따라 바꿔 끼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患者
)를 의미하는 근심 환
(
患
)자는 마음 심
(
心
)변에 궬 관
(
串)자가 합쳐진 것이다. 꼬챙이처럼 뾰족한 물건으로 마음을 관통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마음이 아프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즉 마음이 찢어진 사람이 환자인 것이다.
건강은 자신이 그것을 누리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잘 깨닫지 못하지만 잃고 나면 소용이 없다. 시력 역시 마찬가지다. 눈이 건강하거나 조금 나빠졌을 때 지켜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 녹내장으로 시력이 조금씩 나빠졌다. 그런데 계속해서 눈이 나빠져서 병원에 갔더니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다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아쉬워했다. 현재 의학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해온 상태이다. 그렇지만 중도 실명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실정이므로 정기적으로 안과 진료를 받아서 육체의 눈을 지켜야 한다. 거기에 자신에게 맞는 마음의 눈을 보완하여 다양한 색깔의 안경을 쓴다면 세상은 더욱 밝아 보일 것이다.
한층 더 나아가 사람들이 육체의 눈에 마음의 눈을 보완하여 세상을 고루 비추는 태양처럼 편견 없이 더 넓고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졌으면 한다.
나 또한 시각장애인지자 심리, 이료 전문가로서 내면에 집중하는 치료의 눈을 발전시켜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