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병은 눈병과 무관한 질환처럼 보이지만 피부가 까슬까슬해지는 건선이 있으면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인 황반변성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체스터대 피부과 교수 연구팀은 건선이 황반변성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피부과·성병 학회’ 총회에서 발표했다. 

건선은 피부에 은백색 비늘 병변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악화됐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한다. 아직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환경적, 면역학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인 황반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 저하가 일어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황반변성 유발 위험 인자로는 유전자, 고령, 심혈관질환, 자외선 노출, 흡연 등이 있다. 

연구팀은 글로벌 보건연구 네트워크 ‘트라이넷(TriNetX)’ 데이터를 이용해 15년간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이미 존재하는 기록을 기반으로 특정 요인에 노출된 군과 노출되지 않은 군을 비교하는 연구다. 

트라이넷 데이터에는 55세 이상 건선 환자 2만2901명의 기록이 담겨 있다. 연구팀은 건선 환자 데이터를 멜라닌세포모반 환자, 주요우울장애 환자 데이터와 비교했다. 

멜라닌세포가 악성 종양으로 변하는 멜라닌세포모반을 대조군으로 둔 이유는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주요우울장애는 질환의 만성화,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 등에서 건선과 비교 가능해 대조군으로 선정됐다. 

분석 결과 건선 환자는 주요우울장애 환자 및 멜라닌세포모반 환자 대비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높았다. 각각 56%, 21% 위험률이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황반변성은 망막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이는 건성 황반변성과 황반 밑에 신생 혈관이 자라는 습성 황반변성 두 가지가 있다. 건선 환자는 주요우울장애 환자 대비 건성 황반변성은 13%, 습성 황반변성은 40% 발생 위험이 높았다. 

연구팀은 “건선은 지질 조절 장애로 발생하는 전신 염증성 질환”이라며 “건선이 있으면 망막에 비정상적인 지질 침착이 일어나 황반변성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치료제 비교 분석을 추가로 진행했다. 생물체에서 유래한 물질로 만든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은 건선 환자와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항염증약) 치료제로 치료를 받은 건선 환자를 비교한 결과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 받았을 때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27% 더 낮았다. 

연구팀은 “생물학적 제제는 피부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며 “건선 환자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안과 검사를 받고 적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췌: 2025.09.18.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