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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飛하삼에 닭은 무삼
계룡산
, 최고봉이야 800미터가 넘지만 나의 목표는 정상 아닌 450미터의 남매탑. 4년 전 쯤엔가 400미터 지점에서, 남매탑을 저만치로 바라보며 “가다가 중지 곧”했었다. 당시, 산행 경험이 적은 봉사자가 그쯤에 이르자 힘에 부쳐 하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였으니 저 혼자라면야 어찌어찌 갔겠지만, 나까지 돌볼 겨를은 없는 게라고 판단했다. 이번엔 남성 봉사자라기에 믿거라 하고 의기양양(?) 사당역엘 갔는데… 어머야-, 이 무삼…! 봉사자는 하마터면 나보다 작을 뻔한데다 가늘가늘 흐늘흐늘, 잘-하면 내가 봉사하게 생기질 않았나!!
첫눈이 알아본 대로 봉사자는 한없이 여리고 고운 마음을 지녔으나 발음 청력 다리 등등에 가벼운 문제를
, 각각 장애6급 정도는 될 성했다. 40 중반 나이에 함께 부대낄 곁붙이가 없어, 빨간 날마다 봉사건 참관이건 닥치는 대로(?) 쫓아다니는 중이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
, 사람 그리운 이들의 특징대로 시키지 않는 제 이야기를 질금질금 흘렸다. 죄 들어 줘도 좋으련만, 손 흔들어 그 말을 막는 마음이 편친 않았다. 제가 안 들려서 자꾸만 커지는 목소리가 남들에겐 소음 일시 분명하여.
어쨌거나
, 마침내 동학사 아래 주차장에서 하차. 남들이 동학사를 참배하는 동안, 이 히마리 없어 뵈는 봉사자의 힘을 비축해 두기 위하여 동학사 바로 옆의 문수암 문간 그늘에서 쉬게 했다. 산행 시작, 남매탑 고지를(?) 향해 열심히 걸었다. 너무 뒤쳐지지 않으려고 묵묵히, 봉사자 힘을 덜 빼게 할 요량으로 호흡 조절에만 신경을 쓰면서. 박새란 놈들이 이따금 보다 제법 자주 소리 질러 나를 응원했다. 길 바닥이 까다로우면 조금 쳐졌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부지런히 따라붙기를 반복하느라. 쇠뜨기랑 달개비가 올 봄에 살아났는지 따위를 살필 겨를일랑은 아예 없었다.
이참에도 역시나
, 400미터가 채 못됐을 성한 지점에 이르자 봉사자 걸음이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제 힘이 딸리고 있음이다. 오늘도 또 400미터에서 멈추어야? 각도 큰, 그 길고 긴, 엉터렁 멍터렁 돌 계단 내리막의 갑사 가는 길을 떠올리며 400미터에서 멈추기로 했다. 내리막 산길, 시간도 힘도 주의력까지도 오르기의 두 배는 더 든다. 날 팽개치고 갈 수는 없을 일행을 위해, 한계체력에 다다른 봉사자를 위해. 후미 책임자에게 혼자 남매탑에 다녀오랬더니 자기가 잡아 주마며 함께 올라가쟀다. 이리하여, 봉사자는 제 오른손을 내게 건네 놓고는 이따금씩 절기까지 하면서 나를 따라왔다. 힘은 후미 책임자가 쓰게 하고.
갑사 가는 계단길의
1/4 쯤이나 내려왔을까? 봉사자의 무게가 제대로(?) 실려오기 시작했다. 선두는 이미 한참 전에 헬리콥터장을 지나갔다는 연락. 이대로 나를 끌고 가다간 달 뜨기 전 갑사 도착 불가능을 느꼈던지 후미 책임자가 나를 들쳐 업었다. 염치 체면 가릴 계제는 이미 지나갔음을 어쩌랴!
땀이 유난히 많다며 나의 코를 걱정하는 업은 이
, 등산 점퍼를 벗어 짠다면 땀물이 둑 둑 떨어지게 생겼다. 업히운 나, 흔들리느라 멀미 날 지경. 돌계단의 자유분방이 도무지 어지간해야… 기웃둥거리는 축축한 등판 뒤에서 미안도 불안도… 업은 이 어깨에 팔 걸고 흔들리며 매달려 있기가, 거- 결코 쉬운 일 아니었음. 헬리콥터장이 저만치 보일 때 쯤, 선두가 ‘갑사안착’을 알려왔다. 어느 세월에 따라붙지? 119가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 세상사 오묘해서, 길가에 서있던 남녀 한 쌍이 많이 다쳤냐고 물어왔는데 국립공원 구조팀이라나?
그들이 잽싸게도 구조본부에 연락했고
, 남자 둘이 번갈아 업어댔고, 차량 진입이 가능한 신흥암까지 등짐 나를 날랐다. 얼결에 일이 커지고 말았다. 살짝 미끄러지며 인대가 놀란 것 같다고 둘러댔다. 신흥암 마당 벤치에 내려진 뒤, 참관은 해야 하니까 목과 눈을 열심히 돌렸다. 왔다리 갔다리 좀 둘러보고 싶었지만, 쩔뚝이는 연기까지는 하지 말아야할 것 같아서.
구조차 도착
, 갑사는 건너 뛰고 최종 목적지인(?) 식당으로 데려다 달랬더니… 일 참 제대로 벌어질 모양이다. 도착한 차는 구조대의 것이고, 주차장에서 119 구급차가 응급실로 호송할(?) 거란다. 응급차가 다니기엔 너무나 사나운 산길을, 있는 힘 다대(?) 덜컹 출렁 거리며 주차장에 도착된 잠시 후, 들것이 있는 응급차로 옮겨졌다. 적당히 한 다리를 끌면서. ‘가벼운’을 재삼재사 강강조하며 식당까지만 신세지기를 부탁했다. 옆에 앉은 여성 구급요원이 느닷없이 곱질렸다는 발목을 콱 움켜잡길래 살짝 움찔거렸던 순발력을 혼자서 감탄, 오스카상이라도 타질 않겠나. 조수석 남성의 계속되는 병원 행 권유에(나에겐 협박으로 들렸다) 근무지가 병원이라는 것까지 불고야 말았다.. 대전 119본부에 별볼일 없는 이름 석자를 남겼다.
식당에 기대 앉아 도착할 일행을 기다리며 오늘의 산행을 따져 보았다
. 집 나설 때의 목표대로 남매탑까지 450미터를 올라가긴 갔다. 갑사로 내려가는, 제멋대로 생겨먹은 돌계단은 겨우 50미터나 내 발로 내려왔을까? 이 남자 저 남자의 등, 계룡산 국립공원 구조대 차량, 대전 119 구급차까지 참으로 여러 교통수단을(?) 골고루도 활용했다. 헬리콥터까지 바라면 코 다칠지도 몰라! 계룡산. 닭과 용이라, 용께서 飛하삼에 닭은 무삼… 꼬꼬댁 방정에 오늘 내가 짐짝 신세였겠으니, 내 죄를 내가 알렸다!
2016.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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