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료실 > 글공모수상작


제목

  제15회<마음을보는 세상> 글공모 - 비시각부분 대상

등록일

2020-10-27

조회

  5038


희미한 세상 속 빛나는 꿈









김경진









온통 뿌옇고 희미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는 희망을 보고 꿈을 꾼다. 그 누군가에에게는 희미한 불빛조차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얼마나 더 희미해질지, 언제 꺼질지 몰라 아슬아슬 위태롭지만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속에 환한 들불을 밝힌다.



진희(가명)를 알게 된 건 대학교 2학년 때 교양 과목 수업시간에서였다. 조를 이뤄 조별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출석부에 적힌 이름순대로 네 명씩 조원이 결정됐다. 나는 네 명 중에서 가나다라 순이 가장 빠르다는 이유로 의도치 않게 조장이 되었고, 조원 세 명을 불러 모아 강의실 한구석에 자리를 정해 앉았다. 서로 과도 다르고 초면이어서 나부터 짧게나마 자기소개를 했다.



내 차례가 긑나자 옆에 앉은 남학생이 자신 차례인 것을 몰랐는지 교수님이 준 프린트물을 읽기 위해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팔목을 툭 치며 소개를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더니 갈색의 눈동자가 더듬거리며 내 쪽으로 향했다. 분명히 나를 바라보는것 같은ㄷ네 눈빛은 이상하게 허공을 겉도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금세 확신이 바뀌었다. 자신을 영문학과 2학년 김진회라 소개한 그년는 자신의 눈이 좀 불편하지만 조별 과제를 함에 있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원들을 응시하는 시선이 다소 불편하지만 조별 과제를 함에 있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원들을 응시하는 시선이 다소 불편해보이기는 했지만,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순간 시각장애인으로서 대학에 다닌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니머지 두 명의 조원들은 남감하다는 표정으로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소개 결과 공교롭게도 네 명 모두 나이가 같았다.



우리는 다음 수업시간까지 조별 프로젝트 주제를 각자 생각해 온 후 한 가지를 정하기로 하고 모임을 종료했다. 강의실을 빠져 나오려는데 조원 중 한 명이 "아까 진희라는 얘 말이야. 잘 보이지도 않는데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공평하게 업무 분담을 하기 어려울 텐데 교수임께 얘기해서 조원을 바꿔달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린 나는 시각자앵인라는 이유로 조원을 바꿔달라고 하는 건 불합리한 것 같아 최대한 합심해서 진행해 보자고 그를 설득했다. 내 말에 그 조원은 " 아휴, 이번 조별 프로젝트는 망한 것 같아~"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쏟아냈다. 그 소리가 진ㅎ희 귀에도 들리지 않았는지 그년 흰 지팡이를 이용해 강의실을 천천히 빠져 나갔다.



한주 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조원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나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행동이 원활하지 않을 진희를 배려해 두 명의 조원들을 데리고 강의실 뒤족에 앉아 있던 진희에게로 다가갔다. 자리에 앉아 한 명씩 생각해온 주제를 얘기했다. 진희는 제법 적극적으로 의견을 꺼내놓아 우리를 놀라게 했다. 진희는 꽤 스마트했고 주관도 뚜렸했다.



논의 끝에 진희가 낸 의견으로 조별 프로젝트 주제가 정해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진희가 눈이 불편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시간이 도 소요됐다. 보통 말을 하며 동시에 행동이 이루어지는데 진희에게는 그 과정이 좀 버거웠다.  그가 내용을 받아 적고 행동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줘야 했다.









중 략









"시각 장애가 있다고 하면 집에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대학에 다닌다고 하면 깜짝 놀라고, 시각장애기 있어도 공부할 수 있고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데..."



진희를 불편하게 하는 건 눈보다 세상의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초반엔 시각장애인으로서 대학에 다니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신기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진희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눈만 뜨면 노력하지 않아도 세상이 보이는 평범한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고, 진희도 나처럼 세상을 평범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싸를 생각했다. 구리고 혹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진희야, 나도 안경 벗으면 거의 안 보여! 넌 나보다 세상을 더 멀리 보고 있으니까 나보다 훨씬 더 시력이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 진희는 나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고, 우리는 그날 이후로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소중한 우정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나는 진희와 함께 한 20년 동안 진희를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됐다. 세상을 본다고 마음이 열려 있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며,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이 닫혀 있거나 멈춰 있는 ㄳ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에게 불편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아닌, 산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즐기는 그냥 내 친구 김진희다. 눈이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으며, 세상이 점점 희미해지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여전히 작가가 되겠다는 굼을 꾸고, 남을 도울 줄 아는 가슴 따뜻한 내 친구다.